[단독]SOS 외면한 나라에 좌절…사채업자에 '나체영상'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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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626회 작성일 22-05-09 12:11본문
"나체 영상을 찍어 보내라. 아니면 부모, 직장, 친구들에게 불법 사채 썼다고 알리겠다."
김윤나(가명·23)씨는 지난달 14일을 잊지 못한다. "그날만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하다"고 했다. 온라인 대출 중개 사이트 문의를 통해 알게 된 사채업자들은 알고 보니 불법 사채업자들이었다.
이들은 윤나씨에게 "이자 상환을 위한 추가 대출을 받고 싶으면 텔레그램 링크로 나체 영상을 찍어 보내라"고 독촉했다. 윤나씨는 "사채를 쓴 것도, 영상을 보낸 것도 후회되지만 앞선 신고에서 경찰과 금융감독원이 서로 미루는 상황을 겪으면서 좌절했다. 그때는 영상을 보내는 것 외에 탈출구가 없어 보였다"고 말했다.
"정식 대부로 알았는데 연이율 3258% 불법 사채"
윤나씨에 따르면 철거업을 하던 아버지는 4년 전 간경화 수술을 받았고, 2년 전 철거 현장에서 다리를 다쳤다. 이후 윤나씨 3남매를 포함한 5인 가족 생계가 당장 빠듯해졌다고 한다. 초등학생인 막냇동생을 제외한 모두가 생계 전선에 뛰어들었다. 아버지의 부상 이후 가족 생활비를 책임지던 윤나씨는 "카드빚이 연체되기 시작했고, 과거 신용대출 이력으로 은행과 저축은행 등 대출이 막힌 상황에서 잠시 카드빚만 막을 생각으로 사채를 썼다"고 털어놓았다.
"불법 사채를 쓸 생각은 없었다"고 했지만, 정작 윤나씨에게 돈을 빌려준 이들은 40만원을 1주일 뒤 65만원으로 갚는 조건(연이율 3258%)을 제시한 불법 사채업자들이었다. 이들은 상환 예정시간에서 1시간 늦을 때마다 15만원의 이자를 부과했다. 이자를 못 갚으면 다른 업자를 소개해 추가 대출을 종용했다. 윤나씨의 대출 원금과 대출 이자는 매일매일 불어났다. 뒤늦게 불법임을 인지한 윤나씨는 직장 근처인 서울의 한 경찰서를 찾았다. 불법 사채 피해 신고를 하고 구제를 받기 위해서였다.
"관련 기관 서로 미루기 급급"
"경찰에서는 이체 내역, 업체 이름, 핸드폰 번호 등을 적어야 한다고 했다. 이체 내역 이외 비대면 대출을 받아 상대가 누군지 알 수 없고 이들이 대포폰을 쓰는 것 같다고 하니 금융감독원과 법률구조공단을 통한 구제절차를 설명해줬다."
윤나씨는 사건을 접수하지 못했지만, 경찰이 안내했듯 "금감원과 법률구조공단에 연락하면 해결될 거라 믿었다"고 했다. 이미 수백만원 넘게 법정이자 이상의 돈을 갚았기 때문에 더는 협박 피해를 입지 않을 것이라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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