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주담대 안되고, 2억 전세대출 된다…황당한 대출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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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693회 작성일 21-10-19 09:31본문
"집값이 전셋값보다 훨씬 비싼데 대출은 전세대출보다 주택담보대출이 더 적게 나오는 게 상식적인가요?"
정부가 가계부채 증가세를 잡겠다며 주택담보대출에 겹겹이 규제를 가하자 1인당 주택담보대출액보다 1인당 전세대출액이 더 많아지는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은 담보가 있어 금융사에 안정적이고, 주택가격 상승과 함께 대출액이 늘어나는 게 자연스러운데도 전세대출액이 오히려 더 많은 것은 비상식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18일 배진교 정의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를 매일경제가 재가공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7개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SC제일·씨티·기업) 중 4개 은행(KB국민·신한·하나·SC제일)에서 1인당 전세대출액이 1인당 주택담보대출액보다 커지는 현상이 발생했다.
1인당 전세대출액과 주택담보대출액 간 차이가 가장 크게 벌어진 은행은 SC제일은행이었다. 이 은행의 1인당 전세대출액은 2억3700만원인 반면 주택담보대출액은 1억5800만원으로 격차가 약 8000만원까지 벌어졌다. 하나(2300만원), KB국민(1200만원), 신한(640만원)도 1인당 전세대출액이 주택담보대출액보다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9월 전국 평균 주택가격은 4억1999만원, 전국 평균 전세가격은 2억5181만원이다. 평균 집값과 전셋값이 1억6000만원 차이가 나는데도 1인당 전세대출액이 1인당 주택담보대출액보다 커지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주택담보대출에 유독 강하게 적용되는 정부의 겹겹이 규제가 1차 원인으로 분석된다. 현재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내 시가 9억원 이하 주택을 구매할 때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40%로 적용돼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다. 시가 9억원을 초과하는 주택은 초과분에 LTV 20%가 적용된다. 15억원 초과 주택은 주택담보대출이 불가능하다. 여기에 소득에 기반해 대출을 내주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도 함께 적용된다. DSR는 모든 가계대출 원리금 상환액을 연간 소득으로 나눈 값을 의미한다. 현재는 시가 6억원 초과 주택을 구입할 때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경우 DSR가 40%를 넘을 수 없다. 반면 전세대출은 LTV와 DSR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임대차계약서상 임차보증금의 80% 범위 내에서 대출이 가능하다. SGI서울보증이 보증하는 한도 내에서 최대 5억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주택가격이 지나치게 높아져 현금을 넉넉하게 보유한 사람 외에는 주택을 구매할 수 없게 된 것도 하나의 원인으로 꼽힌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택가격이 지나치게 올라 일반인은 '영끌(영혼까지 대출을 끌어모아 투자)'을 하더라도 주택을 구입할 수 없는 수준에 오른 것으로 보인다"며 "현금 부자만 주택을 구매하고, 무주택자는 전세대출을 통해 전세를 전전하는 '양극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연말까지 전세대출을 가계부채 총량 관리 대상에서 제외하며 전세대출 증가는 용인하겠다는 입장이다. 주택을 구입하지 못해 전세로 밀려난 서민들에게 전세대출 규제마저 가해진다면 피해를 볼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중은행은 전세대출을 푸는 대신 주택 구입 관련 대출과 신용대출을 조이며 부채 관리에 나서고 있다.
하나은행은 20일부터 신용대출과 주택·상가·오피스텔·토지 등 부동산 구입자금 대출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우리은행도 일부 신용대출 상품의 우대금리를 축소하며 대출 증가세 조절에 나섰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이날 시중은행 대출 창구에는 대출과 관련한 문의 전화가 빗발쳤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가 전세대출은 연말까지 중단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지만 불안한 마음을 가진 고객들에게서 대출 관련 문의가 평소보다 많이 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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