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사기공식]⑧ “난 안 당해? 방심 마세요” 검사가 말하는 최신 수법 > 공지사항

“도대체 왜 당하지?”, “나는 안 속을 것 같은데.” 라고 생각하는 분들 많으시죠? 취재진이 만난 보이스피싱 피해자들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경각심이 있었고 조심하고 있었지만 이 정도 수법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보이스피싱범들은 특정 수법이 잘 안 통하기 시작하면 방법을 조금씩 바꿔서 범행을 시도합니다. 더 잘 속일 수 있는 방향으로 말이죠. 조심하고 또 조심해도, 확인하고 또 확인해도 당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그들의 수법은 무엇일까요? 안 당하려면 어떤 점을 주의해야 할까요? 보이스피싱 수사를 맡고 있는 현직 검사에게 물었습니다. 

― 요즘 특히 주의해야 할 보이스피싱 ‘최신 수법’은 어떤 게 있나요?
조종민 서울동부지방검찰청 검사 “보이스피싱 하면 납치 사기, ‘당신 자녀 납치됐으니까 돈을 보내야 풀어줄 거야.’ 이런 것만 알고 계시는데 지금은 수법이 엄청나게 고도화됐어요. 처음에 피해자랑 우선 연결이 돼야 하잖아요? 그럴 때 허위 결제문자를 사용한다든지 아니면 대출광고를 한다든지 ARS 전화도 많이 합니다. 대출 필요하신가요? 필요하면 1번, 아니면 2번. 1번을 누르면 1번을 누른 번호만 따로 전화를 하는 거예요. 범행 피해자로 삼을 수 있는 대상들을 쉽게 타겟팅할 수 있게 ARS를 이용하고 그다음에 전화를 하기 시작하면 허위 수사기관 사이트라든지 대출회사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고 허위 신분증이나 이런 것들을 이용해서, 정말 솔깃하게 전반적으로 피해자들이 쉽게 속게 하는 방법들이 늘어났습니다.

제일 흔한 게 수사기관 사칭 범죄랑 저금리 대환대출 사기 범죄인데 (수법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죠. 예전에는 ‘당신 지금 대출 있는데 저금리로 대환대출해주겠다.’ 이런 식이었는데 지금은 대출을 해주겠다고 해놓고 다시 전화해서 ‘지금 추가로 대출 신청한 거 금융법 위반이다.’, ‘금융감독원에서 제재를 가할 것이다.’라고 하면서 압박하는 식의 유형이 생겼어요. 일반적으로 대출을 해 주겠다면서 이전에 있던 대출금을 먼저 현금으로 상환하라고 했을 때는 사람들이 ‘조금 이상한데?’, ‘현금을 왜 주지?’ 이렇게 의심했는데 금융법 위반이다, 금감원에서 제재를 가할 것이다, 지금 다 계좌가 압류될 거라고 그러니까 마음이 급해져서 속는 것 같아요.

보이스피싱 조직에서는 심리적인 것도 이용해요. 피해자들에게 (돈을 받을 때) 어디에서 만나자고 하느냐면, 교회 앞에서 만나자고 하거나 학교 앞에서 만나자고, 초등학교 앞에서. 피의자 조사할 때 왜 그렇게 하느냐고 물어봤더니 사람들이 교회나 학교나 이런 데에서 만나면 심리적으로 안정이 된다는 거예요. 그렇게 돈을 받아가요.” 

― 검사 사칭범들은 어떻게 피해자들을 믿게 하나요?
조종민 검사 “신분증 같은 것을 카카오톡으로 보내주거나 아니면 법조인 대관 찍은 걸 보내주거나, 검사실 화면을 찍어서 보내주기도 해요. 그다음에 ‘이메일로 지금 공문 보내줄까요?’ 라고 하면서 이메일로 공문을, 위조 공문을 보내는 거예요. 그러면 그 정도 되면 속으시는 것 같아요. 또, 실제로 공개된 검사 이름들을 사칭하기 때문에 홈페이지에 있는 이름이라도 검증된 게 아닙니다. 검찰청 콜센터 1301이나 예를 들어서 동부지검이라고 하면 동부지검 민원실로 전화해서 실제로 그 검사가 존재하는지, 그다음에 그 검사실에 내 사건이 있는지 확인을 해야 합니다.”

― 검찰청·금감원 대표 번호로 전화해서 보이스피싱 전화인지 확인을 하고도 결국 사기를 당하는 사례가 많던데요.
원민영 서울동부지방검찰청 검사 “(보이스피싱범이) 대출을 해주겠다고 소개하는 순간부터 각종 애플리케이션과 사이트를 문자로 전송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그것을 누르면 내 핸드폰이 이미 적의 손에 넘어갔다고 보면 되는 거죠. 내 핸드폰이 그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이 설치한 그 앱에 의해서, 전화번호도 내가 분명히 금융기관 전화번호를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해서 전화를 걸어도 그 번호로 직접 전화가 되지 않고 우회해서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에게 다시 전화가 가게 됩니다. 그러면 그들이 받고 또 금융기관을 사칭해서 전화통화를 이어나가게 되는 거죠. 그래서 전화를 끊고 다시 전화를 거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사람 전화를 이용해서 확인하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습니다.”

― 실제 조사 대상이면 어쩌죠? 보이스피싱이 의심된다는 이유로 검사나 수사관 전화를 끊으면 나중에 불이익이 있을까요?
조종민 검사 “불이익 있기 어려운 것 같아요. 제 생각에는 전화를 한번 끊어보시는 것도 괜찮아요. 의심스러우면 내가 다시 전화하겠다. 아니면 내가 검찰청에 전화해서 사건번호 확인하고 전화하겠다. 이렇게 하시면 될 것 같아요. 저희 검찰청 대표 안내 번호 1301이라고 있어요. 1301에 전화해서 실제로 내 사건이 있는지, 어느 검찰청에 어떤 사건번호로 있는지 물어보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렇게 하고 수사관이나 담당검사실을 바꿔 달라고 하시고요. 필요하면 저희가 계속 연락하니까 한 번 의심해 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 검찰 사칭 보이스피싱범들은 전화 받은 사실을 주변에 알리면 처벌받을 수 있다고 협박합니다. 실제로 내가 피의자라는 사실을 알리면 안 되는 경우가 있을까요?
조종민 검사 “그런 경우는 없는 것 같아요. 주변에 알리면 안 되는 사건은 사실 없는 것 같아요. 피의자로 조사를 받는다면 오히려 변호인의 조력을 받아야 하니까 어디 상담하고 하는 것들은 본인 방어권 차원에서 하실 수 있는 거고. 성범죄 같은 경우는 오히려 내가 알리고 싶지 않아요, 라고 해서 알리지 않는 것이지 지금 당신 수사 대상인 거 주변에 절대 알리면 안 돼요. 이런 것들은 거의 없어요. 그다음에 비밀리에 수사를 진행하고 검사가 카톡으로 연락한다? 정말 없어요. 검사가 카톡으로 현금을 찾아와라, 대출을 받아와라 이런 얘기는 진짜 안 해요. 말이 안 되는 겁니다.” 

― 저금리 대출을 미끼로 접근한 보이스피싱범들은 대출을 받겠다고 하면 당신이 기존 대출 약정을 위반했다, 금융법 위반이라고 협박합니다. 처벌을 피하려면 기존 대출을 당장 상환해야 한다면서 현금을 요구하는데, 중도 상환 때문에 실제로 처벌받을 수도 있나요?
원민영 검사 “중도상환이 어떤 법 위반이 되겠어요. 금융기관과 나 사이에 일정한 약정을 위반함으로써 위약금을 낸다든가 민사적인 책임을 지는 것은 변론으로 하고, 형사처벌로 될만한 금융법 위반이라는 말 자체가 일단은 없고요. 개념 자체가 사실 맞지 않은 건데 겁을 먹은 피해자들 입장에서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게 되는 거죠. 그래서 그들의 말처럼 ‘내가 뭔가 약정을 위반한 것 같기는 한데 이게 처벌이 되는구나.’ 하고 급하게 그들이 말하는 대로 돈을 마련해서 현금을 들고 뛰게 되는 겁니다.”

― 아예 070으로 시작하는 전화, 국제 전화를 안 받으면 보이스피싱을 피할 수 있을까요?
원민영 검사 “보이스피싱 범행할 때 요즘은 개인 핸드폰 번호나 02 번호로 오는 경우도 굉장히 많아요. 그거는 뭐 해외에서 거는 번호는 대부분 070 이런 우리가 알 수 있는 번호일 텐데 그것을 한번 걸러주는 작업을 합니다. 또 그런 조직원들을 모집을 해서 유심을 꽂아서 한번 전화번호를 변환해 주는 작업을 하기 때문에 전화번호만으로도 내가 알 수 있다, 라는 속단을 하셔서는 안 됩니다. 피해자들 입장에서는 어떤 010으로 시작되는 핸드폰 번호로 전화가 온다고 하더라도 충분히 보이스피싱 범행에 사용되는 번호일 수 있다는 것을 의심을 하셔야 된다고 봅니다.”

― 보이스피싱, 각별히 조심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해 주신다면?
원민영 검사 “보이스피싱은 내가 가만히 있어도 당할 수 있는 범죄입니다. 다른 범죄의 경우에는 내가 능동적으로 무슨 행위를 하는 경우에 범죄에 연루되고 피해자가 되는 경우가 많은데 보이스피싱 같은 경우에는 내가 가만히 있던 어느 날 전화를 받아서 금융법 위반이다, 아니면 당신이 검찰에서 수사를 받고 있다, 당장 혐의를 벗기 위해서 이것을 입증해라, 이렇게 압박을 갑자기 들어오는 경우이기 때문에 당할 수 있는 가능성이 굉장히 큰 범죄가 아닐까 싶어요. 우리가 ‘보이스피싱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어?’ 라고 하지만 정말 모르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오늘도 옆집에서도, 앞집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게 보이스피싱입니다.”

조종민 검사 “지금 정말 우리한테 가까이 와 있고, 우리가 쉽게 속을 수 있는 구조가 돼 있어요. 바로 핸드폰으로 문자가 오니까요. 이건 벌써 범행에 대한 시도잖아요. 오늘 아침에 저한테도 문자가 왔어요. KB 승인. 이런 게 매일 두세 개씩 와요. 그러면 저한테도 계속 범죄로 접근하고 있는 거잖아요. 조금 이상하다 싶으면 무조건 주변에 물어봤으면 좋겠어요. 옆 사람한테 물어보고, 옆 사람 핸드폰으로도 한번 확인하고. 피해자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주변에서 신호를 줘요. ‘너 그거 알바하는 거 조금 이상한 것 같아.’ 라든지 ‘그 돈 찾는 것 이상한 것 같아.’ 아니면 은행 직원이 ‘고객님 이거 혹시 피싱 아니에요?’ 이렇게 많이 해요. 그 말들을 귀 기울여 들으셨으면 좋겠어요.” 

(출처-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233810&ref=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