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증 사본 잘못 보냈다가 수천만 원 대출… 금융사는 ‘나몰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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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509회 작성일 23-08-09 13:30본문
신분증 사본을 활용한 보이스피싱 범죄가 이어지고 있지만 피해보상부터 대책까지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인을 사칭해 신분증 사본·개인정보 요구하는 경우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8일 금융감독원 앞에서 신분증 사본 인증 피해자들이 ‘비대면 신분증 사본 인증에 기한 전자금융실명거래 오류사고의 권리구제를 위한 금감원 분쟁조정신청’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날 피해자 모임 공동대책위원회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오류사고 발생 피해거래는 최근 5년간 338건 발생했다.
신청인단이 청구하는 분쟁조정액은 총 24억5000여만 원이다. 대책위는 이 가운데 회수된 피해환급금·채무부존재 확인 등을 제외한 재산피해액 11억3700여만 원의 금융자산 반환과 반환일까지 연 6% 상사법정이자 지급을 청구했다.
대책위는 “신분증 사본 인증 오류 사고 피해자들에게 고의나 중과실이 없음에도 금융당국과 사고금융사 등은 책임을 금융소비자에게 뒤집어씌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피해자 A씨에 따르면 2022년 2월 기업은행은 등록되지 않은 휴대전화 접근을 허용해 중국에서 모바일·오픈뱅킹을 통해 위조 신분증 사본을 제출한 피싱범에게 4억2000여만 원 정기예금 해지로 2억1700여만 원의 예금인출 및 3500만 원의 예금담보대출 오류사고를 냈다.
피싱범이 A씨 80세가 넘는 노모에게 신분증 사본을 받아내 대포폰을 개통한 뒤 이를 활용해 피해자 은행계좌에서 정기예금 담보 대출을 실행한 것이다. A씨는 “신분증 원본을 확인하지 않고 원본판별의 기술도 없다고 변명하며 왜 비대면을 허용했느냐”고 반문했다.
대책위는 기업은행이 예금인출·예금담보대출 오류사고를 내고도 예금반환을 거부하며 금감원에 사고대응조치를 허위로 보고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피해자 B씨는 올해 1월 자녀 사칭 문자에 신분증 사본과 은행 계좌번호·비밀번호를 보냈다가 2300만 원가량의 피해액이 발생했다.
B씨는 피싱범이 자녀를 사칭해 ‘몇 시간만 핸드폰을 쓸게’라며 보낸 링크를 접속해 앱을 설치했다. 피싱범은 앱을 통해 B씨의 휴대전화를 원격으로 제어해 대출을 실행했다. 대부분의 은행에서 이상징후를 감지해 대출이 실행되지 않았지만 한국투자저축은행에서만 대출이 실행됐다.
B씨는 “보이스피싱이나 당하는 멍청한 아내·엄마가 됐다는 자괴감이 들었다”며 “신분증 사본 인증의 심각한 부작용을 예상 못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절규했다.
경실련은 “이상거래 탐지에 실패한 사고금융회사들이 오류 정정을 거부하고 있다”며 “오히려 피해자들에게 대출이자를 독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금융기관들의 엉터리 사본인증 시스템이 개선되지 않는 이유는 결국 돈 때문”이라 지적했다.
앞서 4월 금감원은 비대면 금융거래 확대에 따라 신분증 도용과 보이스피싱 등의 금융 범죄가 번지고 있는 만큼 금융권의 생체인증 활성화를 대책으로 내세운 바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최근 비대면 신분증 실명 확인 방식의 허점을 노린 신종 명의도용 범죄가 확산되고 있다”며 “금융회사에서도 생체인증을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단기적으로 비용과 노력이 수반되겠지만 장기적 안목으로 접근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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