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위기가구 긴급생계지원금을 지급하기 위해 신청자를 받고 있지만, 홍보 미흡 등으로 신청 건수가 저조한 실정이다. <한겨레> 자료사진
광주광역시 북구에 사는 ㄱ(60)씨는 지난 23일 동 주민센터에 정부의 ‘위기가구 긴급생계지원금’을 신청하러 갔다. 기준 중위소득의 40% 이하인 기초생활보장제 의료급여 대상자인 그는 지원 대상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탓에 소득이 25% 이상 감소했다는 증빙서류를 제출해야 한다는 설명을 듣고 포기했다. ㄱ씨는 “노동 일을 하는 사람은 현금으로 임금을 받는데 어떻게 국세청에서 근로소득원천징수영수증을 뗄 수 있겠느냐? 사실상 신청하지 말라는 소리”라고 말했다.
28일 보건복지부 쪽의 설명을 종합하면, 정부는 예산 3500억원을 들여 코로나19로 소득이 25% 이상 감소했거나, 소득이 기준 중위소득 75% 이하인 약 55만가구(전체 가구의 3%)에 위기가구 긴급생계지원금을 지급할 방침이다. 지원금액은 1인가구 40만원, 2인가구 60만원, 3인가구 80만원, 4인 이상 가구 100만원 등이다.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생계급여 지원자, 긴급복지 대상자, 긴급고용안정지원금 등 다른 코로나19 피해지원 대상자는 제외된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26일 위기가구 긴급생계지원 신청 절차를 간소화하고 신청 기간을 늘리면서 내놓은 홍보물. 보건복지부 누리집 갈무리
보건복지부는 지난 19일부터 긴급생계지원금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신청 마감일은 애초 30일이었다. 하지만 <한겨레> 취재 결과, 지난 26일 오후 5시까지 신청 건수는 6만2314건에 그쳤다. 신청 마감이 나흘밖에 남지 않았는데, 지원 예상 가구의 10% 남짓만 신청한 셈이다. 기준 중위소득 50% 이하인 차상위가구(48만여가구)조차 대부분 신청을 포기한 모양새였다.
지방자치단체 사회복지과와 동 주민센터 등엔 “소득이 24% 감소한 경우엔 지급하지 않는다는 것이냐?” “은행에서 신용대출 받기보다 더 어렵다”는 등의 항의가 잇따랐다. 전남도 사회복지과 관계자는 “증빙서류를 첨부하도록 하는 등 신청 절차가 까다로워 신청 실적이 저조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용교 광주대 교수(사회복지학)는 “기초생활보장법의 소득 기준이나 건강보험료 납부액 등 일정 기준에 해당하는 사람이 신청하면, 정부가 중복수혜 여부를 따져 선정하는 절차가 더 합리적”이라고 말했다.결국 보건복지부는 지난 26일 오후 신청 마감 기한을 늦추고, 신청 대상을 넓히는 등의 내용을 담은 보완대책을 내놓았다. 소득이 25% 이하로 감소한 가구도 지원금을 신청할 수 있도록 했고, 국세청 발행 소득증빙서류 외에 통장 거래명세서나 신청인이 작성한 소득감소 신고서도 증빙자료로 제출할 수 있게 됐다. 신청 마감 기한은 다음달 6일까지로 1주일 연장했다.보건복지부 쪽은 “소득감소를 증명할 서류를 제출하기가 어렵다는 지적이 있어 개선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박종민 광주복지공감플러스 공동대표는 “정부가 위기가구를 대상으로 긴급생계지원을 한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는 저소득층 가정이 많아 더욱 널리 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