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안묻은 사람 핍박 않는 게 법" 보이스피싱 연루 20대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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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502회 작성일 20-10-05 08:07본문
대출 유혹에 속아 체크카드 건넸다가 뒤늦게 피해 막아
경찰은 신고 접수 안 해…검찰은 "죄 있다" 기소 후 1심 불복해 항소
[장현경 제작] 일러스트
(대전=연합뉴스) 이재림 기자 = 급전 대출 미끼에 속아 자신의 체크카드를 보이스피싱 일당에 보냈던 한 시민이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가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는 경찰에 사기 범행 의심 정황을 신고했으나 뾰족한 답변을 듣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은 것으로 파악됐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20대 중반인 A씨는 광고 문자를 통해 알게 된 업체 측과 대출 상담을 하던 중 "피고인 체크카드를 퀵서비스로 보내주면, 대출 원리금 자동납부 직접 처리 후 되돌려 준다"는 설명을 들었다.
그들의 방식대로 절차를 밟은 뒤에도 대출금을 제때 받지 못한 A씨는 자신의 체크카드 연결 계좌에 수상한 뭉칫돈 입금 사실을 확인하고는 부랴부랴 거래 정지를 시켜 더 큰 피해를 막았다.
이어 인근 경찰서를 찾아가 뜻하지 않게 보이스피싱에 관여된 상황을 신고하려 했으나 "금윰감독원 등 관련 기관 확인을 거쳐 피해자에게 돈이 반환될 것"이라는 설명만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실제 A씨와 접촉했던 이는 사기 일당 중 한 명이었다.
이들의 범행을 수사한 검찰은 "대가를 약속하고 접근 매체(체크카드)를 대여했다"며 A씨까지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연합뉴스 자료 사진]
대전지법 형사3단독 구창모 부장판사는 그러나 A씨에게 죄를 물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법은 무지한 사람을 핍박해선 안 된다"는 것이 이유였다.
재판부는 이 사건과 관련해 체크카드를 주고받은 행위가 법이 금지한 '대가성 있는 대여'가 아니라고 봤다.
'납부 카드 등록 방식으로만 대출이 가능한데, 그것을 하려면 피고인 체크카드를 미리 보내야 한다'는 꾐에 넘어간 것이 본질이라는 설명이다.
비록 피고인 체크카드 교부의 법률적 성격을 대여라고 평가하더라도, 대출 기회를 그 대가로 단정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라고 했다.
구 판사는 "피고인은 사기꾼에게 속아 체크카드를 보내긴 했으나, 보이스피싱 범행 피해가 현실화하기 전 자신의 계좌 이용을 차단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처했다"며 "뒤늦게 자신이 무지했다고 자책하는데, 대출해 주겠다는 다른 누군가를 끝까지 의심하지 않은 게 그의 죄인가"라고 반문했다.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구 판사는 "법은 원래부터 사악한 자를 처벌하고자 할 뿐 무지하거나 무구한 사람을 핍박하고자 하지 않는다"며 "적어도 이 사건에서 국가가 피고인을 벌할 만한 충분한 증거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본다. 이것이 우리 헌법의 무죄 추정원칙"이라는 말로 선고를 마쳤다.
[연합뉴스TV 제공]
검찰은 이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두 번째 법리 다툼은 대전지법 형사항소3부(김성준 부장판사)에서 맡는다.
출처 : https://www.yna.co.kr/view/AKR20200928049300063?input=1195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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