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신용사면', 신용질서 근간 흔들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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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404회 작성일 24-01-29 17:27본문
[논객닷컴= 이서문 기자] 정부가 자영업자·소상공인 연체자를 대상으로 오는 5월까지 연체금 전액을 갚은 자에 대해서는 대출금 연체 이력 정보를 삭제해주기로 한 이른바 '신용사면' 정책은 소기의 정책효과 못지않게 신용질서 근간을 흔들 수도 있다면서 순기능은 살리고 역기능은 줄이는 운영의 묘를 기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전국퇴직금융인협회(회장 안기천, 사진)는 29일 보도자료를 내고 금융당국의 이번 신용사면 정책으로 코로나19로 고통받은 자영업자나 소상공인 290만 명이 혜택을 볼 것이나 신용평가 왜곡, 도덕적 해이, 역차별 등이 우려된다면서 운영의 묘가 절실히 요구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2021년 9월부터 2024년 1월까지 2,000만 원 이하 연체자 중 오는 5월까지 연체금 전액을 상환한 소상공인 상환자를 대상으로 대출금 연체 이력 정보를 삭제하는 신용사면을 해주기로 했다.
금융위는 이번 신용사면이 “예외적인 경제 상황에서 소액채무를 연체한 서민·소상공인의 재기를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며 “우리 사회의 건전한 회복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조치로 연체자 250만 명의 신용점수가 상승, 저금리 대환대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15만 명이 신용카드 발급 기준을 충족하고 25만 명의 대출 접근성이 향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1일 국회에서 열린 당-정협의회가 서민·소상공인에게 힘이 되는 신용사면 문제를 협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부작용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빚을 갚지 않아도 결국에는 정부가 해결해 준다’는 잘못된 믿음을 심어주는 도덕적 해이가 생길 수 있다. 신용점수가 올랐다고 차주의 상환 능력이 높아지지 않는 '거품현상'으로 금융사의 신용평가체계가 왜곡되고 리스크 관리가 어려워질 수 있다. 여기에서 발생하는 리스크는 전적으로 금융권의 몫이 된다.
퇴직금융인 협회는 “정부 주도의 정책 위험을 민간기업인 금융회사가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다. 생색은 정부가 내고 위험은 은행이 지는 꼴이다. 신용이 회복된 연체자가 다시 대출을 일으키면 부채 관리가 어려워지고, 차주의 신용평가에도 혼선이 빚어질 수 있다는 게 금융권의 불편한 속내다.”라고 지적했다.
이 협회는 저축은행을 비롯한 제2금융권은 신용사면으로 수익성과 건전성의 동반악화에 고전할 수 있다는 시각을 보였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해 시행된 온라인·원스톱 대환대출에 제2금융권이 은 고객 이탈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상황에서 고객의 신용점수가 오르면 우량 차주가 은행권으로 이탈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협회는 전망했다.
이와함께 신용사면으로 신용관리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퇴직금융인협회는 강조했다 . 연체 정보는 신용관리에 매우 중요한 자료다. 그래서 통상 3개월 이상 대출 연체가 발생하면 신용정보원은 최장 1년간 연체기록을 보존하고, 금융회사와 신용평가사 등과 공유, 최장 5년간 활용한다.
연체 이력을 보유한 차주는 추가 대출을 받거나, 신용카드 사용 등에서 불이익을 받는다. 최근 3개월 이내 10일 이상 연체가 있으면 신용보증기금에서는 신규나 증액 거래가 불가능하다. 그런데 신용사면으로신용체계나 평가가 왜곡되거나 부풀려 지면 신용관리가 제대로 이뤄질수 없는 노릇이라고 퇴직금융인 협회는 주장했다.
신용사면에 따라 금융회사가 어떻게 대응할지도 주목된다. 신용사면으로 신용점수가 올라가지만 실제 상환능력도 향상되지는 않는 만큼 금융사 입장에서는 부실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대출한도나 가산금리를 조정하는 등 심사 기준을 강화할 수 있다. 결국 이는 금융소비자 전체의 피해로 돌아온다.
퇴직금융인협회는 대출 원리금을 제때 꼬박꼬박 갚아 온 차주들과 역차별도 도외시할 수 없는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 협회는 “규정을 지킨 차주가 우대를 받기는커녕 불이익을 당하는 것만큼 더 황당하고 억울할 노릇이 또 어디 있겠는가. 그리되면 앞으로는 누구도 정부 말은 믿으려 하지도 따르려 하지도 않을 것이다.”라는 점을 우려했다.
퇴직금융인 협회는 신용사면이 기대만큼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라는 점도 아울러 지적했다. 자금난에 시달리는 차주로서는 당장 최대 2,000만 원에 이르는 연체 대금을 마련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게다가 우선은 급전을 끌어다 연체를 막는다고 해도 사업 여건이 호전되지 않는 한 다시 연체자로 전락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 협회는 금융당국이 “기껏 마련한 정책이 언 발에 오줌 누기 식이 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는 것이다.”라며 이왕 제도를 시행키로 한만큼 순기능은 살리고 역기능은 줄이는 운용의 묘를 기하는 게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출처 : 논객닷컴(http://www.nongae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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